검찰이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입맞춤을 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문 행위는 정당방위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정지영)는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범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키스를 하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혀의 3분의1을 절단한 사건에 대해 이같이 결정내렸다고 10월 23일 밝혔다.

 
A(23 여)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1시께 혼자 술을 먹으러 가기 위해 이모(54) 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게 됐다. 이씨는 A씨가 혼자 술을 마시러 간다고 하자 같이 술을 마셔주겠다고 제안, 의정부시에 있는 횟집에서 술을 마신 뒤 이씨의 집까지 이동하게 됐다. 이씨는 상해죄 등 전과 11범이었다.

이날 오전 6시께 의정부시에 있는 이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A씨는 성폭력의 위협을 느껴 이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문을 잠갔다. 그러나 이씨는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A씨의 엉덩이를 만지며 A씨 입에 강제로 혀를 집어넣고 키스하는 등 성폭력을 시도했다.

A씨는 이씨의 혀를 깨물어 혀의 3분의1을 절단했다. 이씨는 성폭력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A씨를 폭행해 타박상을 가했다. 혀가 잘린 이씨는 노동능력의 19%를 상실하고 언어장애 등 중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9월 3일, 이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이씨의 상해 정도는 가볍지 않으나 혀를 깨문 것이 A씨가 처함 위험에 비해 과도한 대항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성폭행 위험 상황에서 적극적인 자기방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정당방위 의견을 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공소제기, 구속취소 등 검찰의 중요사건 수사와 결정에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중요사건의 기소 여부 등 결정시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검찰처분에 대한 시민의 통제가 실현되고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 결과, 이씨가 범행을 부인했지만 A씨의 진술, 상해 사진, 진단서 및 이씨의 심리생리검사 결과 거짓반응 등 증거가 있어 이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하고 A씨는 불기소(죄가 안됨)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최근 성폭력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국민들이 매우 불안해하는 가운데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문제를 놓고 검찰 시민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등 치밀한 법리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을 최대한 폭넓게 인정해야만 선량한 시민들이 흉포한 성폭력범죄로부터 자신의 성적 결정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되고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이번처럼 혀가 절단되는 등 중한 신체적 상해를 입게 된다 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성폭력범죄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단죄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A씨를 불기소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A씨가 사건 발생 이후 악몽에 시달리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 A씨에 대해 피해자 지원센터에 심리치료 지원을 의뢰하기로 했다. 또 A씨에게 비상호출기(위치추적장치)를 제공하기로 했다. 범죄피해자가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어 신변의 안전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 경우 위치확인장치를 일정기간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뉴스엔 김종효 기자]

김종효 phenom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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