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성기자 hshs@hk.co.kr
입력시간 : 2013.04.23 03:32:06수정시간 : 2013.04.23 15:22:25


서울의 모 회사 신입사원인 A(30)씨는 지난 16일 밤 10시쯤 화상채팅을 하다 악몽 같은 일을 당해 며칠째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에 A씨의 음란동영상을 보내겠다는 협박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그날 `돛**`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 20대 여성과 대화를 나누던 A씨는 `오빠, 저랑 같이 화끈한 영상 통화해요`라는 그녀의 제안에 솔깃했다. 이 여성은 `스***`란 화상채팅 아이디를 알려주며 A씨의 접속을 유도했다. 그가 화상채팅방에 입장하자 그 여성은 점차 옷을 벗어가며 음란 수위를 높였고 A씨에게도 유사한 음란행위를 하도록 부추겼다.

그런데 이 여성이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린다"면서 한 채팅앱 설치주소(URL)를 A씨에게 알려준 뒤 다운받아 자신을 친구로 등록해달라고 했다. A씨는 해당 채팅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아이디 발급받기`를 눌렀다.

이때부터 A씨는 약점이 잡힌 신세가 됐다. 그것을 누른 순간 그의 개인정보는 20대 여성이라던 한 40대 남성 B씨에게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다. B씨는 앱에서 여자인 척하며 남성을 후리는 속칭 `앱카마(앱과 여장남자를 뜻하는 일본어 오카마의 `카마`를 합친 말)`였다. 음란행위를 부추긴 여성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영상물 속 인물일 뿐이었다.

B씨는 곧바로 채팅창에 A씨의 연락처와 구글 계정, 포털 아이디 등을 띄우고 "아까 녹화한 당신 영상을 회사나 친구에게 보내도 되냐"고 협박조로 물으며 50만원을 요구했다. 그런 식으로 몇 시간을 시달린 A씨는 밤새 전화번호를 바꾸고 모든 개인정보를 변경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공포감에 휩싸인 그는 다음날 성북경찰서를 찾아 신고했다. 그는 "경찰 관계자로부터 일단 돈만 안 줬으면 괜찮다는 말만 들었는데 불안해서 회사 일도 손에 안 잡힌다"고 털어놨다.

남성에게 화상채팅을 이용, 음란영상을 찍도록 유도한 뒤 개인정보를 훔칠 수 있는 앱으로 협박과 갈취를 일삼는 신종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마구잡이로 뿌리는 기존 스미싱과 달리 특정 남성의 약점을 잡은 후 지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을 일삼는 점에서 더 지능적이다. 22일 오후 한 온라인 해킹 관련 카페에는 A씨와 유사한 피해를 입고 상담을 호소하는 댓글만 수십여개가 달렸다.

이에 대해 한 보안전문가는 "개방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선 정상적인 앱과 겉이 똑같은 스미싱 전용 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설치 시 경고문구가 뜨는 앱은 절대 설치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치심을 이용한 협박에 걸려 돈을 입금하면 그때부터 더 걷잡을 수 없이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신고 등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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